지난 1월15일 월요일 오전 7시 30분,
서울의 아침공기는 영하의 날씨답게 차고 매서웠다.
'답사팀'은 잠실 운동장 정문 앞에서 모였다. 노블하우스의 류재관 대표,
아침지기 윤나라실장, 박진희부장, 안석현팀장이 두꺼운 옷에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한 차에 올랐다. 1월의 겨울 날씨는 차가웠으나, 답사를
떠나는 마음만큼은 훈훈하고 또 설레었다.

그러나 그 훈훈한 마음 한 구석에는
찌릿한 아픔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14일,
아침편지 밑글에 '아침편지 사랑의 집짓기' 글이 나간 후, 정말 많은 아침편지 가족들이
간절한 소망을 담아 문의를 해왔고 최종적으로 190여 가족이 참여신청을 마쳤다.
190여개의 사연 하나하나를 읽을 때마다 안타깝고 눈물겹고 가슴이 아파왔다.
마음 같아서는 190여채의 집을 모두 지어주고 싶었다. 1차, 2차, 3차
심사를 거쳐 두 곳으로 압축해 이제서야 현장 답사를 떠나지만,
답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많은 신청 가족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무겁고 아팠던 것이다.

특히 신청하신 많은 분들 중에는 '독거노인'들의 사연이 참 많았다.
그 사연들을 접하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국가적으로, 정책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절감하게 되었고, 그렇다면 '아침편지 사랑의 집짓기'가
걸어가야할 길은 과연 어떤 길이어야하는지를 다시한번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그 첫걸음은
어려운 형편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많은 아이들,
'그 아이들을 위한 집'부터 시작하기로 일차 마음을 정하고 난 후
비로소 그 첫번째 답사길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4시간의 주행 끝에 드디어 경북 문경의 '샛별이네' 집에 도착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길상님의 집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리자,
마치 작은 유치원에 온 것 같았다. 샛별이, 화선이, 양경이, 태웅이,
미진이, 은혜, 영웅이... 수줍은 듯 그러나 천사처럼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는 일곱 아이들과 부부, 모두 아홉식구가 현재 방 한칸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7남매들을 보살펴주던 늙으신 노모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몇달전 치매가 와 현재
'노인의 마을'에 머물러 계신다고 했다.

'아침편지 사랑의 집짓기'에 직접 신청 사연을 보낸 주인공 한길상님은
이렇듯 열식구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이었다. 그 많은 식구들의
생계를 위해 조그마한 택배일을 하고 있는데, 일하다 사고로 오른쪽
무릎을 심하게 다쳐 '지체장애'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보다 밝은 표정의 사람이었다.

한길상님과 그 가족들이 살고 있는 집은 외양간 바로 옆의
오래된 콘테이너 하우스였다. 일년에 얼마쯤의 돈을 주고 임시로
빌려쓰고 있었으나, 그나마 이 집마저 곧 비워줘야 하는 형편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현재의 사는 모습과 상황을 이것저것 살펴보고 난 뒤,
서너달전 동네 이장의 소개로 한길상님이 마련했다는 집터를 구경했다.
1,500만원에 계약해 매달 조금씩 돈을 내고 있다는 곳이었는데, 답사팀이
보기에도 딱 좋은 '집터'였다. 옛 주인이 짓다만 구조물도 있었다.
그대로 잘 활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7남매 아이들이
눈치볼 것 없이 마구 뛰어 놀아도 좋을 넓은 마당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가득찬 눈망울로 답사팀을 따라나선
7남매 아이들이 좋아서 뛰어 노느라 어쩔 줄을 몰랐다. 그 아이들을
자세히 보니, 추운 겨울 날씨에 맞지 않는 얇은 옷차림으로,
털달린 신발은 커녕 슬리퍼를 신은 채 뛰어 놀고 있었다.
그런데도 구김살이 없었다.

한 아이씩 불러 꿈을 물었다.
14살 화선이는 '유치원선생님'이라고 대답했다.
양경이는 '화가', 태웅이는 '요리사', 미진이와 은혜는 '선생님',
막내 영웅이는 '짱가', 그리고 맏이인 샛별이는 '심리 치료사'가 꿈이었다.
샛별이의 꿈을 들은 순간 가슴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네가 '심리 치료사'라니! 어린 네 마음에 얼마나 큰
아픔이 있길래 그 심리치료사를 꿈꾼단 말이냐!"
코끝이 찡해왔다.

그래, 아이들아... 꿈을 가지거라!
이름도 예쁜 샛별아, 화선아, 양경아, 태웅아, 미진아, 은혜야, 영웅아...
좋은 꿈 큰 꿈을 마음껏 가지거라. 그리고 그 꿈들을 포기하지 말고
힘을 합해 함께 이루어가자꾸나!

꿈과 희망의 집짓기인 '아침편지 사랑의 집짓기'.
그 첫 꿈의 씨앗이 잘 자랄수 있으리란 확신을 하며 답사팀은
두번째 후보지의 주인공인 경우가 살고 있는 천안으로 향했다.

(두번째 답사기는 내일 계속됩니다.)
- 글 고도원 / 사진 윤나라


'아침편지 사랑의 집짓기' 후보 첫 방문지인 문경에 도착하다.
주황색 지붕의 콘테이너 하우스는 '아침편지 사랑의 집짓기'에 신청하신 한길상님의 집으로,
현재 전세로 살고 있고 조만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7남매.
올망졸망 앉아 있는 아이들의 표정이 어려움에 아랑곳 하지 않는 듯 밝디 밝다.
첫째가 17살, 막내가 7살이다.



안방.
이 방에서 부모님과 일곱 아이들, 모두 열식구가 생활하고 있다.



왼쪽부터 아빠 한길상님과 엄마 김춘화님, 그리고 아빠에게 안겨 있는 막내 영웅이.
한길상님은 지체장애를 앓고 있지만, 택배일을 열심히 해 열식구를 책임지고 있다.



답사팀이 한길상님으로부터 집의 상황을 묻고, 듣고 있다.
오른쪽부터 한길상님, 노블하우스의 류재관 대표, 고도원 이사장, 아침지기 박진희부장, 그리고 아이들.



은혜의 재롱.
교회에서 배운 노래와 춤을 답사팀을 위해 열심히 보여주고 있다.



은혜의 재롱에 아빠, 엄마, 그리고 방문한 답사팀의 표정이 활짝 펴졌다.



면사무소에서 오신 서원자님.
이번 '아침편지 사랑의 집짓기' 행사에 여러가지로 도움을 주고 있다.



열식구임에도 불구하고 세간살이가 거의 없는 방.
워낙 오래된 콘테이너 집의 벽지가 다 찢어져있다.



욕실.
아침이면 욕실 쟁탈전이 벌어진다고 한다.



작은 방.
이미 오래전부터 보일러가 고장난 채로 수리가 되지 않아
여름에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다함께 기념 촬영.
이 사진 속의 미소들이 오래오래 간직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집터.
열심히 일해서 최근 얻게 된 땅이다.
1,500만원을 매달 100만원씩 붓는 조건으로 구입한 땅으로,
12개월후면 한길상님의 소유가 된다고 한다. 예전 주인이 짓다 만 집이 남아있다.



마당.
벌써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집 뒤쪽으로 수로가 지나가고 있어 값이 싼 땅이지만
샛별이네에게는 소중한 미래의 집터이다.



꿈이 선생님인 재롱둥이 은혜는 한 겨울에도 가벼운 옷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지만 시종일관 밝고 명랑한 아이였다.



한길상님으로부터 집에 관한 정보들을 듣고 있는 노블하우스의 류재관 대표(왼쪽에서 두번째)



이 빈터에 과연 어떤 기적이 일어날까...



부푼 희망과 꿈을 가지고 함께 사진 한 컷!!
이 7남매가 자라서 과연 어떤 모습이 될지... 5년, 10년, 20년 후를 생각하며 희망의 꽃을 피운다.
(맨 위부터 아침지기 안석현팀장, 박진희부장, 고도원이사장, 류재관대표,
한길상님과 막내 영웅이, 여섯째 은혜, 서원자님, 김춘화님과 다섯째 미진이,
첫째 샛별이, 둘째 화선이, 셋째 양경이, 그리고 넷째 태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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