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7일 오늘의 아침편지 출력하기 글자확대
토스카니니의 기억력 사실 토스카니니의 기억력은
거의 전설적인 것이었다. 그는 아무리 복잡하고
긴 악보라도 한두 번만 보면 깡그리 외워 버렸다.
이것은 처음 대하는 악보인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악보를 외울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지독한 근시였던 탓에
지휘 때 악보대 위의 악보를 보면서 지휘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천재적 기억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 이덕희의《토스카니니:세기의 마에스트로》중에서 -


* 세계적인 지휘자 토스카니니,
그가 다른 연주자처럼 눈이 좋았다면
처음부터 악보를 외울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지독한 근시였기 때문에 악보를 외워야만 했고
그것이 어느날 그를 전설적인 지휘자로 만들었습니다.
치명적인 약점이 오히려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복이고 기회입니다.
- 신영길님의 '옹달샘을 다녀와서' -

'나는 연날리는 소년이었다'를 쓰신 신영길님이
오랜만에 '신영길의 길따라 글따라'에 글을 올렸습니다.
울림이 있는 글, 반가운 마음에 소개해 드리니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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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에 다녀와서> 신영길  

지난 23-24일 이틀 동안 충주 노은면 문성리,  
'깊은산속 옹달샘'에 다녀왔다. 아침편지에서 주관하였던
2006-08년 바이칼 명상여행팀의 전체모임이었으니
이른바 바이칼 총동창회였다고 할까.

각 기수별로는 시시때때로 모이며
그 모임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전체 기수가 함께 모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도대체 무슨 여행이었기에, 여행 한번 함께
다녀왔다고 하여 사시사철을 넘겨가며 그리 오랫동안 모임을
이어가느냐고 묻는 분들도 아마 있을 것이다. 06, 07년 두 번을
다녀온 나로서도 그것은 모를 일이다. 무엇 때문에
아직도 설레며 그리워 하는지.

역시 두 차례 여행을 다녀오신 장상식 박사님께서
내 차로 동행하셨는데 이런 요지의 말씀을 내게 하셨다.
"겨울에 만난 사람은 오랜 세월을 함께 동행하게 되는 것 같다."
아, 그런가요!  
여행을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여행의 길이 열렸던
그 세월이 아득히 펼쳐졌다.

계절 뿐 아니라 인생에도 춘하추동이 있고
따지고 보면 매사에도 봄여름가을겨울이 있다.
씨를 뿌리는 시기가 있고 가꾸고 열매를 맺는 시기가 따로 있다.
그리고 겨울, 춥고 어둡고 외롭고 때로는 목마르고
배까지 고픈 계절.

피하고 싶고 피할 수 없다면 조금 덜 추웠으면 좋겠고
짧았으면 좋겠다고 빌게 되는,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나의 겨울만은
유독 긴 것인지. 그런 탄식을 하게 만드는. 나도 그랬다.
그때 내가 바로 그랬었다. 바이칼을 향해
시베리아 열차를 탔던 때.

옹달샘에는 첫삽뜨기 행사 때 참석한 이후
처음으로 행하는 발걸음이었다. 집 한 채 없던 산 계곡 사이로
듬성듬성 건축물이 놓여있다. 건물이라기보다는 예술적인 조형물처럼
보인다. 외관 뿐 아니라 내부 인테리어도 그렇고 소재, 색상, 채광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하나로 담고 있는 디자인의
철학이 더욱 그렇다.

만남의 집, 쉼터, 나눔의 집, 하얀 하늘집,
명상의 집, 비채방(비움과 채움의 방), 숯다방(벽면을 숯으로 채운 다다미방),
동그라미집, 아침편지 집필실, 꿈사다리 집, 네잎 클로버 집....

겨울산은 한결 가벼워 보였다.
나무와 풀도 없고 꽃도 없으니 산끼리 아주 가까워 보였다.
모든 것 훌훌 털고 허허롭게 오가며 능선끼리 모여 앉아 노닐고 있었다.
낙엽송이 촘촘히 들어선 계곡에 청량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 능선을 따라 계곡 사이를 통해 걷기명상을 할 수 있는
등산로가 마련되어 있다. 밤이 되자 눈썹만한 달이
나뭇가지 위에 걸렸고 그 너머로 별들이 반짝였다.  
바이칼 자작나무 숲에서 달빛아래 눈길을 걷던
그 느낌을 되살려내곤 눈을 감았다.

'명상이란 잠시 멈추어 서는 것'이라고 고도원님은 말했다.
징이 울릴 때마다 내 마음이 깊게 울었고 여음이 남은 자리에
평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문득 천길 난간에 섰다는 느낌이
온 몸을 휩싸는 것 같았는데 혼절하듯 잠이 들었다.
'뇌마사지' 시간에 그랬고 '향기마사지' 시간에
또 그랬다. '걷기명상'과 '춤명상' 시간에는
몸은 움직이면서도 마음은 잠을 자는 듯
고요하였다.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여기까지 잠자러 왔나, 싶었다.
    
근심과 두려움이 없어지자 무념의 상태에 이르렀다.
잠시 동안만의 안내로써 먼지투성이의 마음을 그 같은
청정극점에까지 데려갈 수 있다니! 프로그램과 인도자들의
능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바이칼에 있었다.
바다처럼 거대한 얼음호수 위에 팔과 다리를 벌린 채 누워
호수의 깊은 숨결을 들었다. 바늘 하나 들어갈 구멍조차 없이
스스로를 봉해버리고 깊은 침묵 속에 묵언수행하고 있는 성자,
가장 추운 곳에 있는 시베리아 호수가 겨울을 견디는
방식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엄살이 너무 심했다, 내가 여태 살아온 삶은.
그까짓 추위와 바람에 징징대며 웅크리고... 나 좀 도와줄 사람
어디 없을까, 끝없이 두리번거리며 칭얼대며.

삶의 겨울은 나에게 눈 씻으라고 주어진 계절이다.
새롭게 눈 뜨라고. 겨울을 극복해 나갈 힘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바이칼 여행 동안 깨달았었다.

바이칼에서 돌아온 이후 한동안 바이칼병을 앓곤 하였다.  
늦가을 단풍마저 떨어지고 북녘하늘가에서 철새들의 날갯짓소리가
들려올 무렵이면 나는 영락없이 병이 도졌다. 멍한 눈으로
바이칼 하늘을 더듬었다. 열망이야 이루 말로 다할 수
있으랴만, 밥벌이의 족쇄로부터 벗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그렇게 마음의 병이 익었었나 보다.

그러던 차, 이번 여행을 하게 되었고
가슴에 소망 하나를 가져보았다.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살아가는 게 너무 무거워 무언가를 좀 비워야겠다고 생각될 때
가던 길 멈추어 서서 털고, 비우고, 물 한 모금 마실 수 있는 곳.
'깊은산속 옹달샘'이 그런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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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아침편지 배경 음악은...
데이드림(Daydream)의 '평화의 숲으로 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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