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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럼빌리지의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은 '걷기명상'이다.
이 '걷기명상'에 참여하기 위해, 답사팀은 플럼빌리지를 향해 새벽길을 나섰다.

새벽에 보는 보르도의 시골 풍경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나무들 사이사이로 자욱하게 끼어있는 안개가 아침부터 마음을 촉촉하게 해줬다.
플럼빌리지 입구에 오니, 몇 분의 여승과 서양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적막한 오솔길을 조용하게 걷는 그 모습에서 맑은 느낌이 전해오는 듯했다.

이른 아침, 두번째 방문하게 된 플럼빌리지가 첫날이었던 어제의 방문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아침 공기 사이로 피어오르는 흙냄새, 나무 냄새,기와 냄새, 자연의 냄새...그리고 사람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새소리와 은은하게 울리는 종소리...기독교인으로 교회에 다니는 나지만, 가끔
등산을 하고 산자락에 자리잡은 절에서 조금 쉴때면 그런 자연의 냄새와 소리들이 마음을
참 편하게 해준다고 생각했었는데, 플럼빌리지에도 그 편안함이 있었다.
흙냄새, 은은한 종소리, 그리고 그 사이사이의 고즈넉함까지...

어제 우리를 환대해주었던 민추안 스님을 만나 인사를 드리고, '설법'시간부터 참여해 보았다.
'설법'은 교회의 '설교'와 같은 것으로, 플럼빌리지 한 가운데에 있는 강당같은 곳에 모여
진행되었다. 여스님 한 분이 나오셔서 베트남말로 설법을 했는데, 베트남말을 모르는
방문자들을 위해서는 또 다른 젊은 여스님들이 맨 뒤에 앉아서 영어와 프랑스어로
동시통역을 해주었고, 방문자들은 미리 나눠준 헤드폰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여스님의 차분하면서도 깊이있는 설법을 한 시간 가량 듣고 밖으로 나왔다.
'걷기명상'이 시작되는 오전 11시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플럼빌리지를 한바퀴 돌아볼 수 있었다.
설법 시간에 이미 센터를 한바퀴 돌아본 최삼영 소장의 안내로 플럼빌리지의 이곳 저곳을 제대로
살펴보았다. 전날 봤던 식당과 숙소, 강의실, 오솔길말고도 구석구석 숨겨진 공간들이 많았다.

오쇼 명상센터가 도시 생활을 하고 있는 시골 처녀이고,
오로빌이 도시에 살다 시골생활을 선택한 도시 처녀라면,
플럼빌리지는 순수한 시골 토박이 소녀 그대로의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동양적이어서 더 그랬을지 모른다.
기와며 2층이 아닌 단층의 건물들, 누군가 걷기 시작해서 만들어진 흙길의 자연스러움, 그리고
곳곳의 수많은 나무들, 특히 함께 답사팀에 동행한 나무 전문가 충주시의 한상범 주사가 죽
관찰해 본 결과 이곳 나무들이 대부분 한국에서 자생하는 나무와 거의 같은 종류라며
신기해 한 것 때문에 더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해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수가 엄청나다는 얘기를 듣고 온 터여서, 사람의 방문이 많은 곳이
그렇듯, 이곳도 처음의 기운을 잃어가거나 변질이 되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했었다. 그러나 어디를 살펴보든 플럼빌리지 고유의 깊은 향기가 배어나오고 있어,
그것이 나에게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장차 대한민국땅에 세워질 '깊은산속 옹달샘'의 앞으로의 모습이 이래야 되지 않을까
마음 속으로 그려보며 열심히 눈에, 가슴에,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 사이에
사람들이 모두 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드디어 '걷기 명상'이 시작하나 보다 싶어
얼른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플럼빌리지 식당 옆, 이곳에서 가장
큰 나무가 서 있는 나무 그늘 아래에 사람들이 모이더니 빙 둘러 서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노래를 부르는데, 단순한 듯하면서도 부르기 편하고 듣기도 편한 노래였다.
노래를 부름으로써 어느 정도 마음의 집중이 되고 나니 한 젊은 스님이 나와서
걷기 명상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걷는다는 것은 지구를 조심스레 만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 지구를 사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어 두 걸음 옮기면서 숨을 깊이 들이키고 다시 두 걸음 나가면서 내쉬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렇게 천천히 걸으면서 하늘을 보고 나무를 보며
하나하나 눈으로 사랑을 하고, 인생을 행복하게 관찰하라는 것이었다.

또, 걸으면서 마음속으로는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를 외쳐야 한다고 했다.
"사랑하고픈 것이 있는가? 그렇다면 대상을 생각하라. 예를 들어 어머니를 사랑하고
싶다면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를 소리없이 마음 속으로 세 번 부르고, 다시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를 세 번 반복한다. 그리하다 보면
어머니를 진실로 사랑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서는 자신이 지금 사랑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더 나아가서는 사랑하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는 것들의 이름을 부르며 걸으라고 했다.

조용히 이어지는 설명을 듣노라니 걷기도 전에 내 마음 속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금방 눈물이라도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설명이 끝나자 민추안 스님이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그 뒤로 고도원님과 답사팀이 따르고, 스님들과 방문자들이 한 줄, 또는 두 줄로
열을 지어 걷기 시작했다. 새들도 걷기 명상이 시작됨을 알았을까.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정적을 깨는 것은 오로지 마당을 가로지르는 자갈길,
흙길을 밟을 때 나는 발자국 소리뿐이었다.

걷기 명상에 방해되지 않도록 멀리서 사진을 찍으며 바라본 사람들의
행렬이 참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모두들 마음속으로 "사랑해"를 읊조리며 걷고 있어
그 마음이 전달되어져 온걸까. 이제껏 그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질 못했다.

걷는 행렬이 어느새 길을 벗어나 숲으로 들어갔다.
나무 사이로, 포도밭 사이로, 다시 나타난 길을 따라서 모두 말없이 계속해서 걸었다.
사람이 내뿜은 숨은 나무가 마시고, 나무가 내뿜어주는 생생한 숨은
사람들이 마시면서 얼굴들이 점점 더 편안해져가는 것 같았다.
그 편안한 얼굴들이 나무뿐 아니라 풀, 꽃, 열매들과 하나가
되어 주위를 맑고 밝은 공기로 만들고 있었다.

50분 정도 걷고 나니, 또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별천지 같다'는 느낌을 주는 걷기명상 중간 휴식 장소였다.
나무에 매달아놓은 그네도 있고, 작은 개천도 있고, 그 개천을 지날 수 있는 조그만
아치형 다리, 넓은 잔디밭...휴식을 취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었다. 주변엔 복숭아며,
토마토등의 열매가 열려 있었고, 쉬면서 스님들이 금방 따주신 열매들을 먹고 있자니
'깊은산속 옹달샘'에 미리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중간 휴식이 끝나고 다시 걷기 명상이 이어졌다.
중간 중간 종소리가 들리면 역시 걷는 것을 멈추고 침묵과 함께 주변을
따뜻한 시선으로 돌아보면서 울창한 숲길을 걸었다.

약 1시간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 '걷기 명상'이 끝났다.
참여한 사람들이 이곳 저곳으로 자유롭게 흩어져 소풍같은 점심식사를 했다.
꿀맛같은 밥맛이었다. 모든 것이 행복한 순간이었다.

고도원님의 눈빛이 다시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 걷기 명상을 어떻게 '깊은산속 옹달샘'에 담아낼 수 있을까.
우리 한국인에게, 한국의 지리에, 한국의 정서와 문화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까.

이같은 물음은 답사 여행 내내,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이 글을 쓰는 시간에도 고도원님과 나와 아침지기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누는 대화의 주제가 되었다.

글,사진/ 아침지기 윤나라 실장

보르도의 새벽 거리. 이른 아침, 플럼빌리지로 가는 길이 온통 안개에 싸여 있다.


플럼빌리지 입구에 다다르자 걷기명상에 참여하기 위해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커다란 나무 아래에 모여... 걷기명상을 하러 온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다.
먼저 온 사람들은 다 모일 때까지 노래를 부른다.


걷기명상은 어떻게 하는가. 한 스님이 모임 가운데로 나와 걷기명상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답사팀을 대표해 앞으로 불려나간 고도원님이 스님과 함께 걷기명상 '시범'을 보이고 있다.


걷기명상 시작. 민추안 스님이 맨 앞에 서고 그 뒤로 고도원님과 스님들이 따르고 있다.


흙길을 밟으며...플럼빌리지 뜰을 가로지르는 흙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는 명상 행렬.


걷기명상 행렬이 긴 줄을 이루고 있다.


숲길로 접어드는 걷기명상 행렬.


숲의 나무 사이사이로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조용한 가운데 이어지는 행렬. 새도 바람도 잠든 듯 고요한 숲 속을 걸어가고 있다.


자연 속에 묻혀 사람도 나무도 하나가 된다.


걷기 명상길은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길이었다.


숙연...꿈길을 걷듯 숲길을 걷고 있는 고도원님의 모습이 숙연해 보인다.

'걷기명상' 동영상(50초 분량).
보시려면 <시작> 버튼을 눌러주세요.

휴식 장소. 마당, 숲, 포도밭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이 곳으로 오게 된다.
나무 그네에 앉아 쉬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편안해 보인다.


걷기 명상을 마친 답사팀이 서로의 느낌을 나누고 있다.
좋은 체험이 되었고, 장차 '깊은산속 옹달샘'의 명상 프로그램에도 좋은 영감을 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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