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죽이 더 맛있어!"
[서평] 고도원의 <꿈 너머 꿈>(나무생각)
박태신 (brunocloud) 기자
▲ <꿈 너머 꿈> 고도원 지음
ⓒ 나무생각
고도원

꿈에 대한 책은 많습니다. 자기 계발용의 꿈, 젊은이에게 필요한 꿈, 연령별대에 이루어야 할 꿈 등 많은 책들이 이야기하는 꿈은 우리를 한창 기운 나게 만드는 정신적 몫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꿈을 지닌 이들 그리고 줄기차게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결코 길에다 잃어버리지 않는 이들은 반드시 그 꿈을 이루기 마련입니다.

 

물론 여기에서의 꿈은 긍정적인 것입니다. 복수와 같은 악한 일을 염두에 두는 것을 꿈이라 말하지 않습니다. 그건 자해행위일 뿐입니다. 그래서 꿈은 우리를 기분좋게 할 뿐더러 붕 뜬 느낌, 구름을 타고 가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잠을 자게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인형을 안고 누워 있듯이 평온하게 합니다.

 

공상만 하다 마는 꿈도 있습니다. 잠시 우리를 들뜨게 하다가 제풀에 꺾이다 잠이 드는 꿈입니다. 하늘을 날아다닌다든지 바닷속을 물고기처럼 헤엄친다든지 하는 것 말입니다.


어떤 꿈은 현실 불가능하거나 무리한 상상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연주할 줄 아는 악기는 없으면서도 멋지게 연주를 하고서 관객들에게서 갈채를 받는 꿈, 역사 속의 인물과 만나 대화하는 꿈 등이 그러하지요.

 

그런데 그런 무리한 꿈에 근접하는 꿈이 드물지만 실제로 이루어지기 합니다. 예를 들면, 전문 지휘자는 아니지만, 삼심대 후반에 지휘법을 배워 오직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부활>만을 연주하는 지휘자 아닌 지휘자가 된 사람이 있습니다(월간 <좋은생각> 2006년 8월호 참고). 그는 대학원 시절 이 곡을 처음 듣고 감명받아 이 곡을 지휘하고 싶은 꿈을 꾸었던 거죠.


메릴 스트립이 주연으로 나오는 음악 영화 <뮤직 오브 하트>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한 바이올린 교사가 가난한 동네의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바이올린 50개를 가지고 가르치기 시작했고, 급기야 힘든 과정을 겪고 배운 아이들이 나중에 뉴욕 카네기 홀에서 유명 연주자들과 협연까지 하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이작 펄만 등의 연주자들이 단역으로 등장하는 카네기 홀 연주는 작위적인 부분이겠지만, 영화는 실존하는 인물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처음 잡아보는 바이올린에서 '음악'이 나오게 하는 일 또한 '무리한' 꿈이었겠지요.


그러나 어려서부터 초지일관 꿈을 잃지 않고 두각을 나타내며 마침내 꿈을 이루어내는 경우도 봅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예가 그렇습니다. 영어에 미친 고등학교 시절의 꿈은 바로 외교관이었습니다. 그래서 외교학과에 들어가고 외무고시에 합격하고 그리고 길고 긴 외교관의 길을 걷고 급기야 '세계의 대통령'까지 되었습니다.


꿈의 성취는 꿈을 '꾸는' 이들에게 그리고 '노력하는' 이에게 주어진 하늘의 선물입니다. 몇 달 전 '서울 예술의 전당'에 머물렀던 프랑스 화가 밀레의 작품 <만종>은, 우리나라 화가 박수근이 어렸을 때 보고서 화가의 꿈을 꾸게 만든 작품이기도 합니다. 생활은 궁핍했지만 박수근이 행복했다고 느껴지는 건 그의 그림이 가득한 화실(마루방)에서 가족과 찍은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부자가 되는 꿈, 멋진 집에 사는 꿈, 일류대학에 들어가는 꿈, 대통령이 되는 것도 꿈일까요. 그것도 꿈입니다. 분명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꿈이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렇게 해냅니다.

 

그런데 이런 우리들에게 '꿈 너머 꿈'을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도 꿈이긴 꿈인데 그렇게 되고 나서 무엇을 하겠느냐고 묻습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라는 이메일 편지를 7년째 배달하고 있는 고도원이 바로 그입니다. 그 편지를 통해 여지껏 꿈을 전해주고 있는 이입니다.


<꿈 너머 꿈>은 꿈다운 꿈이 무엇인지 말하는, 꿈의 지침을 말해주는, 조금은 그래서 우리를 반성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과학자가 꿈인 학생에게, 과학자가 되면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묻습니다. 이런 식의 질문에 답변을 할 수 있는 꿈쟁이가 얼마나 될까요. 조금은 도발적인 질문에 저도 뜨끔했습니다.


이 질문이 부담스럽다면 꿈을 위해서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느냐라는 지은이의 질문에 먼저 답해 보십시오. 무언가 노력하고 있다면 꿈에 좀 더 다가가고 있는 것이니까요.


꿈은 그저 계속 지니고 있으면 됩니다. 그러면서 '꿈 너머 꿈'을 모색하면 되지요. 그러면 아마 그 '꿈 너머 꿈'이 꿈을 가만 내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발동이 걸리게 하고 추진력을 갖게 하고 시야가 분명해지게 만들 것입니다.


그런데 지은이는 그 '꿈 너머 꿈'이 조금이라도 이타적이고, 인류애적이길 바랍니다. 이것이 기존의 꿈에 대한 책과 다른 점입니다. 무엇이 되어서, 무슨 일을 하여서 세상에 어떤 효능을 전해줄 것인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그래서 지은이는 '꿈 너머 꿈'을 꾸고 산 이들의 예를 가득 담아 놓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이들을 우리 주변의 소박한 이웃에서도 많이 찾아냈습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발송하면서 그는 무수한 꿈쟁이들을 만날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꿈이든 '꿈 너머 꿈'이든 그걸 이루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친절하게 소개합니다. "꿈을 가진 사람은 우선 건강해야 한다", "책사냥을 즐겨라", 명상을 해라 등등.


'꿈 너머 꿈'이기 때문에 이것은 나이를 불문하고 지닐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나이가 들면 꿈도 사라진다고 믿는 것은 '꿈'과 '직업'을 혼돈하기 때문이다." 제가 아는 분 중에 나이 칠십이 되셔서도 즐거워서 영어, 중국어, 불어 등을 부지런히 공부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런 열정은 나이를 더디 먹게 합니다.  

 

<꿈 너머 꿈>은 지은이 자신의 자서전적인 이야기를 상당 부분 할애해서 소개하면서 '꿈 너머 꿈'을 증명합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도 사실 꿈에서 시작되었던 거죠. 그러나 그 일을 하기 전의 지은이의 인고의 삶이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170만(올해 12월 현재 187만명)이 넘는 회원에게 매일 메일을 보내게 되기까지의 긴 시기의 어려움도 솔직히 토로하고 있습니다. 저도 아는 이의 소개로 몇 년 째 메일을 받고 있습니다. 부끄럽게도 지금은 열어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따끈따끈한 편지를 식게 내버려두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한꺼번에 며칠분을 보고 프린트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꿈꾸는 자의 삶, '꿈 너머 꿈'을 지닌 이의 삶이 지니는 모습이자 고백일 경우가 많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편지의 내용은 책 속에서 '밑줄 치고 싶은' 내용을 꺼내 올리고 고도원 님이 댓글을 붙인 형태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길고 지루한 독서를 대신 해주고 그 중에 마음에 닿는 구절을 찾아내 올려주는 아주 고마운 일이지요. 독자들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밑줄 긋는 남자', '밑줄 긋는 여자'는 누구나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십시일반 회원들의 재정적 도움으로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은이 고도원은 정말 '무리하지만' 지금도 다른 '꿈 너머 꿈'을 꾸고 진행 중입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영어편지로 번역하여 전세계 사람에게 보내는 일, 아침편지 가족들이 좋은 물건과 좋은 도서를 사고파는 '꽃피는 아침마을' 운영, 종교를 초월한 세계적인 명상센터 '깊은산속 옹달샘' 건립, '아침편지 사랑의 집짓기' 등.      


꿈은 꾸지 않으면 생기지 않는, 어쩌면 이 세상에 없어도 무방한, 선택의 자유의 면모가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세상에 외교관이 한 명 없어도, 화가 한 명이 없어도 세상은 그저 그렇게 돌아갈 것입니다.


그런데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면, 나와 더불어 사는 이들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이 세상 속에서 아름다운 요소를 보는 눈이 생겼다면, 불의한 현실을 바로잡을 의지가 불끈 일어난다면 꿈을 꾸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꿈은 어쩌면 신이 인간에게 부여해주는 창조성일 것입니다. 처음 세상을 창조하신 이후로 인간에게 맡긴 역할 말입니다. 그래서 꿈은, 아니 '꿈 너머 꿈'은 인간성의 요소이자 자유이자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서평 제목은 무슨 뜻이냐고요? 읽어 보시고 해갈하시길!


책을 다 읽고, 기사를 쓰고 나서 마지막으로 저도 <고도원의 아침편지>의 고도원 님 흉내를 내서 이 책에서 한 구절 끄집어냅니다.


"돈을 버는 것까지가 꿈이라면,

'돈을 낙엽처럼 태우는 것'이

바로 꿈 너머 꿈이다."


- 고도원의 <꿈 너머 꿈> 중에서

덧붙이는 글 | <고도원의 아침편지> www.godowon.com 

‘꽃피는 아침마을’ www.cconma.com 

2007.12.02 11:35 ⓒ 2007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