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에서 3시간 정도를 다시 달려 도착한 천안에서
우리를 경우네 집까지 안내해 주신 분은 '홍경화'님이었다.
홍경화님은 오랜 아침편지 가족으로, 천안에서 '민들레 누리'라는
자원봉사 모임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분이다. 자원봉사차 경우네 집에
자주 오가다가 어느날 아침편지를 통해 '아침편지 사랑의 집짓기'
소식을 보고는 '바로 이거다' 싶은 마음에, 따뜻하고 간절한
마음을 담은 신청 사연을 대신 보내주신 분이기도 하다.

홍경화님이 처음 경우네 집을 방문했을 때,
정말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부엌에서 정말로 큰, '고양이만한 쥐'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어
혼비백산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도대체
어떤 지경의 환경인지 궁금했다.

드디어 경우네 집에 도착했는데,
마치 그 집을 지켜주기라도 하는 듯 담 옆에 우람하게 서 있는
400년 된 커다란 느티나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경우네가 살고 있는 지금의 집은
경우의 고조할아버지 때부터 대대로 살아온 집이라고 한다.
그러나 5년 전의 화재로 안채가 다 타버린 채 손질을 전혀 하지 않고
살고 있어, 사람이 사는 집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었다. 면사무소에서 지원해준 콘테이너 집에서 임시로
살아온 지 5년이 넘었다고 하니, 홍경화님이 말한
'고양이만한 쥐'이야기와 '쥐 때문에 못 살겠다'는
경우 어머니가 하는 말이 절로 이해가 갔다.

답사팀이 찾아가기 일주일 전에 맹장 수술을 받았다는 경우 어머니는
'정신지체 2급'에다 한쪽 눈은 거의 실명에 가깝고 남은 한쪽 눈마저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있어 정상적인 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다.
경우 아버지 이종운님도 아내의 손발 노릇을 하느라 경제 활동도
못한 채 소일거리로 그냥 저냥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환경에서 거의 방치되다시피 자란 경우는
그래도 표정이 밝은 아이였다. 늘 싹싹하고 잘 웃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의
귀여움을 받아 많은 분들이 자식처럼 여기고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편이고, 학교에서도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크게 엇나가지 않고 '착한 아이'라는
좋은 평판을 받는 아이로 자랄 수 있었던 것 같다.

집안 환경을 탓하고 부모를 원망할 만도 한데,
오히려 부모를 이해하며 웃음으로 '효도'하는 경우이지만,
경우에게는 그 아이만의 또 다른 아픔이 있었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태어날 때부터 머리카락이 아주 드물게, 듬성듬성 나는
'선천성 피부병'을 앓고 있었다.

하루 아침에 치료될 병이 아니어서
얼마전 자원봉사자중 한 분이 가발을 마련해 주었는데,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닌 듯했다. 그가 처음 가발을 쓰고 학교에 간
첫 날, 전교생이 모두 경우를 구경하러 왔다고 하니 말이다.

"저희는 경우에게서 희망을 봅니다.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경우에게 더 많은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어느덧 경우네 집에 모여든 '민들레 누리' 자원봉사 아주머니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 그렇게 말하는 '민들레 누리' 사람들이
반갑고 고마웠다. 나는 고개만 끄덕인 채 혼자서 마음으로
대답했다. "그래요, 여러분처럼 고마운 분들이 계시기에
세상은 살아볼 만한 곳이에요."

그랬다.
'아침편지 사랑의 집짓기'의 목표는 단순히 집 한 채를 지어주는
것으로 '완성'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그 완성된 집이 새로운
'출발점' 되길 바라고, 그 출발점에 선 샛별이네와 경우네 같은
수혜자들이 '집'을 통해 얻은 감사함과 희망으로 점차 변화되어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이뤄나가는 작은 힘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지금 당장, 그리고 그 이후에도
작은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진정한 이웃 친구'들이 필요하다.
이 일은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기에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필수적인 것이다.

그 점에서 노블하우스의 류재관 대표도 뜻이 같았다.
류대표가 처음 아침편지를 찾아와 나와 '아침편지 사랑의 집짓기'의
방향에 대해 얘기하면서, "아침편지 사랑의 집짓기는 몇몇 방송의
경우처럼, 집만 지어주고 끝나는 '1회성'이 아니라 집을 지어준
후에도 수혜자와 함께 다양한 분야의 자원봉사자들이 서로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방식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이번 경우네에게 홍경화님과 '민들레 누리'가 보여준 것이
아주 좋은 모델이 되어 주었다. 진행과정에서 분명히 많은 어려움들이
있을 거라 예상하지만 그 어려움들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바로
이런 '봉사와 나눔'을 먼저 실천하고 있는 분들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 몇 달 지나면 '아침편지 사랑의 집짓기'의
1호, 2호 집이 탄생할 것이다. 샛별이네 7남매가, 그리고 경우가
지금의 상황들을 잘 이겨내고 잘 자라서, 또 다른 '아침편지 사랑의 집짓기' 이웃들을
도울 수 있는, 몸도 마음도 건강한 아이들이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그리하여 계속해서 '아침편지 사랑의 집짓기'가 작은 민들레 홀씨처럼
세상에 뿌려져, 많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정말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 주고,
봉사와 나눔의 힘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아름다운 출발점이 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어느덧 해는 기울고 겨울 날씨는 여전히 차가운데
따뜻한 온기가 가슴 한복판을 타고 올라와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끝)


- 글 고도원 / 사진 윤나라


경우네 집.
'아침편지 사랑의 집짓기' 후보 첫번째 방문지인 문경 샛별이네를 돌아본 후
바로 천안으로 이동, 두번째 방문지인 경우네 집에 도착했다.



문패.
조상대대로 살아온 집으로, 지금은 경우의 아버지인 이종운님의 소유이다.




몇 년 전에 불이 나 중고 콘테이너 하우스에서 임시로 기거하고 있는 경우네.
답사팀이 임시 콘테이너 하우스로 지어진 안채로 들어가고 있다.



콘테이너 하우스에 벽돌과 나무로 엉성하게 지어진 임시 공간이라
허술하기가 이를 데 없다.



안주인 김혜경님. '정신지체 2급'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시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고,
답사팀이 방문하기 일주일 전에는 맹장수술까지 받았다. 아직 실밥을 뽑지 않은 몸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표정이 밝았다.



안방 살림살이...



김혜경님이 고도원님의 안방 방문에 쑥쓰러워하고 있다.



부엌과 욕실.



경우가 쓰고 있는 방...



빨랫줄의 빨래들.



한 가족.
오른쪽부터 이종운님, 김혜경님, 그리고 경우.



어렸을 때부터 머리가 듬성듬성 자라는 피부병을 앓아
항상 모자를 쓰고 사는 경우.



답사팀이 마당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의 여성분들은 경우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자원봉사모임 '민들레 누리' 회원들.



근처 면사무소로 이동.
그동안 경우네를 비롯,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던
민들레 누리 회원분들에게 경우네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있다.



자원봉사를 하다 만난 경우네 집을 사랑의 집짓기에 대신 신청해준 홍경화님(중앙).
왼쪽은 아침지기 박진희부장, 오른쪽은 민들레 누리 전 회장인 정순영님.



사랑의 집짓기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고도원님.
사랑의 집짓기를 가능케한 노블하우스의 류재관 대표가 진지하게 듣고 있다.



경청.
자원봉사자, 인근 면사무소 직원들이 고도원 이사장과 류재관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자원봉사모임 '민들레 누리'와 함께...
보이지 않는 곳에 이런 숨은 사랑의 일꾼들이 있기에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경우는 꿈이 뭐니?"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요."
"좋은 꿈을 가지고 있구나. 꿈을 가져야 이룰 수 있단다."
"네!"



경우네 집 옆에는 400년된 느티나무가 이 집을 지켜주기라도 하는 듯 잘 자라고 있었다.
경우가 잘 자라서 저 느티나무 같은 거목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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